티스토리 뷰

양자 확률과 의사결정: 우리가 ‘선택했다’고 느끼는 이유

 

전문 가이드 · 업데이트: 2025-10-30 · 읽는 시간 약 30분

우리는 선택할 때마다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뇌과학과 양자물리학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의 ‘의사결정’은 단순히 의식의 산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미 수초 전 뇌에서 결정이 이루어지고, 의식은 그 결과를 “내가 선택했다”고 해석할 뿐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렇게 강하게 ‘자유의지’를 느낄까요? 그 해답은 양자 확률(Quantum Probability)이 인간의 사고 구조와 닮아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우리가 ‘선택한다’는 감각은 확률의 바다에서 한 점을 확정짓는 행위다.

1) 개념 설명: 양자 확률의 본질

고전확률은 주사위를 던질 때처럼 결과의 불확실성을 표현하지만, 그 불확실성은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반면 양자 확률은 불확실성이 현실의 본질입니다. 전자가 어디에 있을지, 언제 측정될지, 그 자체가 확률적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전자는 동시에 여러 위치에 ‘존재 가능’하며, 관측이 이루어질 때만 특정 상태로 붕괴됩니다. 즉, **결정은 존재하지 않다가 관측 순간 만들어집니다.** 이는 우리의 선택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무수한 가능성이 머릿속에서 공존하다가, 의식이 어떤 하나의 선택을 “확인”하는 순간 하나의 현실로 붕괴되는 것입니다.

“자유의지는 확률의 파동을 붕괴시키는 인간적 관측 행위일지도 모른다.” — H. Stapp, Quantum Consciousness Theory

양자 확률의 또 다른 특징은 **비가환성(non-commutativity)**입니다. 즉, 어떤 순서로 측정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판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정보를 받아도 ‘순서’와 ‘맥락’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우리의 뇌는 이미 양자적 계산의 논리를 닮아 있습니다.

2) 인간 경험과의 연결: 의사결정은 확률적 도약

1983년 벤자민 리벳(Benjamin Libet)의 유명한 실험에서, 참가자가 손가락을 움직이기로 ‘결정’하기 0.3초 전에 이미 뇌의 운동 영역에서 전위가 발생한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즉, 뇌는 의식이 결정을 “느끼기” 전에 이미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실험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듯 보였지만, 이후 연구들은 조금 다른 해석을 제시합니다. 뇌는 여러 가능성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준비하며, 의식은 그중 하나를 ‘선택’해 확정하는 최종 관찰자라는 것입니다. 즉, 뇌는 양자적 확률파동처럼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유지하다가, 의식의 개입으로 하나가 현실로 붕괴됩니다.

MIT 뇌인지과학연구소의 2022년 연구는 의사결정 과정 중 감마파(γ-wave) 간섭이 확률적 분포를 보이며, 특정 순간 강하게 수렴할 때 “결정 감각”이 발생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는 양자 확률분포가 한 상태로 붕괴될 때 나타나는 간섭 패턴과 수학적으로 매우 유사했습니다.

의식은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한다’기보다, 하나의 현실로 ‘확정’한다.

3) 실험적 근거 및 연구 사례

2020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신경물리 연구팀은 ‘양자적 의사결정 모델(QDM, Quantum Decision Model)’을 제시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불확실한 선택 행동이 고전 확률모델보다 양자 확률모델에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DOI: 10.1038/s41562-020-0872-4). 특히 “의사결정의 순서 효과(order effect)” — 즉, 질문의 순서가 답변을 바꾸는 현상 — 은 양자 논리에서만 수학적으로 설명됩니다.

또한 2023년 UCLA의 뇌파 동기화 실험에서는, 인간이 선택의 스트레스를 느낄 때 뇌파의 위상 간섭이 불규칙하게 분열되었다가 결단 직후 안정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파동의 ‘붕괴 후 안정화’ 현상과 유사하며, 인간의 결단이 단순한 전기신호가 아니라 확률적 에너지의 정렬 과정일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논리가 아니라, 파동함수의 붕괴 과정과 닮아 있다.” — Cambridge Cognitive Physics Lab (2020)

또 다른 실험에서는 뇌의 미세소관(microtubule)에서 측정 가능한 양자 진동이 나타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해머로프(Hameroff)와 펜로즈(Penrose)의 Orch-OR 이론과 연결되며, 의사결정이 실제로 양자 수준의 물리적 기반을 가질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4) 철학적 해석 및 확장: 자유의지와 확률의 경계

철학적으로 양자 확률은 인간 자유의지 논쟁의 새로운 돌파구로 여겨집니다. 고전적 결정론에서는 모든 사건이 인과관계로 결정되어 자유의지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양자 세계에서는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모든 가능성이 공존합니다. 인간의 선택이 이 확률적 공존 상태에서 하나를 확정짓는 과정이라면, **자유의지는 우연과 인식의 교차점**에서 작동하는 셈입니다.

철학자 다니엘 데닛(Daniel Dennett)은 자유의지를 ‘예측 가능한 자유(free will worth wanting)’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완전한 무작위가 아니라, 의미 있는 확률적 선택의 구조 속에서 인간의 의식이 작동한다고 봤습니다. 양자 확률적 우연성은 바로 이 ‘의미 있는 불확정성’을 제공합니다.

즉, 우리의 자유의지는 무작위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조율된 선택의 물리학**입니다. 이는 인간이 단순히 인과적 결과의 산물이 아니라, 스스로 현실을 관측하고 붕괴시키는 ‘참여적 관찰자(Participatory Observer)’임을 의미합니다.

자유의지는 완전한 자유가 아니라, 확률 속에서 의미를 선택하는 능력이다.

결론: 선택은 의식이 만드는 현실의 결정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가능성의 파동 속에 서 있습니다. “선택했다”고 느끼는 것은 그 파동이 하나의 현실로 수렴한 후의 인식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인식이, 인간만의 의식적 현실을 형성합니다.

양자 확률은 단순한 수학이 아니라, 인간 사고의 작동 원리와 닮아 있습니다. 우리의 결정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 진정한 창조의 가능성이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다’는 것은 불확실한 세계를 의미 있는 세계로 변환하는 행위이며, 양자 확률은 그 창조적 자유의 언어입니다.

결국 자유의지는 물리학과 철학, 그리고 인간의 의식이 만나는 교차점에 서 있습니다. 우리는 확률의 흐름 속에서 한 점을 선택하며, 그 점이 바로 ‘나’라는 존재의 순간입니다.

관련 연구 보기 논문 원문 보기 철학적 해석 보기

© 2025. 본 글은 양자 확률의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 의사결정과 자유의지의 본질을 과학적·철학적으로 탐구합니다.